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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기는 산책이 아니라 퀘스트다”
토요일 아침, 김영만 과장은 평소와 다르게 일찍 일어났다.
그러나 그건 휴식이 아니라, 임무 때문이었다.
“자기야~ 나 오늘 미용실 가야 하니까 장 좀 봐와~ 메모해줄게!”
메모지에는 글씨보다 그림에 가까운 필체로
다음과 같은 지령이 쓰여 있었다.
📝
- 달걀(큰 거)
- 우유 (예진이 좋아하는 거)
- 된장(엄마표X)
- 채끝살 세일 있으면
- 휴지 (근데 싸고 부드러운 거)
- 마요네즈(노란뚜껑!!! 꼭 노란뚜껑!!!)
김 과장은 메모지를 가만히 바라봤다.
회사 보고서보다 어려운 문장이었다.
“마트 입장, 그 자체가 생존게임”
마트 입장. 장바구니를 밀고 첫 코너부터 패배감이 몰려온다.
유제품 코너에만 우유가 15종류.
“예진이 좋아하는 거”란 대체 뭐지? 사진도 없다. 심지어 이름도 없다.
우유 앞에서 10분간 망설이다가
고민 끝에 “귀여운 소 그림”이 있는 걸 선택했다.
된장 코너에서는 ‘엄마표X’라는 지시가 난관.
‘그러면 시판 브랜드는 뭔데요…?’
고민 끝에 누가 봐도 ‘엄마가 안 만든 듯한’ 팩 된장을 고른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그거 아니야…” 라는 한숨을 들을 예정인 건 예감이 왔다.
“계산대 앞, 갑자기 숨이 찼다”
모든 품목을 담고 계산대로 갔을 때,
문제는 **'노란 뚜껑 마요네즈'**였다.
계산하려는 찰나, 마요네즈가 흰 뚜껑이라는 걸 발견했다.
정확히 노란 뚜껑 아니면 큰일 나는 거.
그는 다시 뒷사람의 눈치를 무릅쓰고 유턴했다.
“저기… 죄송한데 먼저 계산하세요…”
자기 목소리조차 울리는 듯한 민망함.
노란 뚜껑 마요네즈를 찾아 돌아오는 길,
누군가 그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과장님… 여기서도 고생하시네요?”
회사 후배였다.
그 순간, 그는 속으로 외쳤다.
‘차라리 회의실이 낫다…’
“집에 돌아와 들은 말은 단 한 마디”
모든 임무를 마치고, 땀을 흘리며 귀가한 김 과장.
쇼핑백을 꺼내놓자마자 아내가 말했다.
“우유 이거 말고 딸기우유였는데…”
딸 예진은 뒷모습만 보이며 덧붙였다.
“아빠, 다음엔 그냥 배달 시키자…”
그는 말없이 휴지를 꺼낸다. 싸고 부드러운 휴지였다.
단 하나라도 성공해서 다행이었다.
“마트는 사랑과 용기의 검증장소다”
그날 밤, 김 과장은 아내가 던져준 간식을 씹으며 TV를 보다가
살짝 미소 지었다.
“그래도 마요네즈 뚜껑은 노란 거였잖아.”
똘이는 옆에 와서 묻는다.
“그거 하나 맞았다고 그렇게 좋아해요?”
김 과장은 똘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회사든 마트든, 하나라도 맞으면… 그날은 성공한 거야.”
누군가는 장보기라 부르고,
누군가는 생존이라 부른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걸 사랑이라 부른다.
📌 《우리집 과장님》은 매주 연재됩니다.
다음 화는 “휴일은 가족에게, 과장은 설거지에게” 편으로 돌아올게요!
🔴 장보기 실패담, 아내의 메모 미션 체험 있으신 분들? 댓글 환영입니다!
💬 “마트에서 전화 다섯 번 한 경험 저도 있어요ㅋㅋ”
💬 “노란 뚜껑 마요네즈… 너무 공감이요 ㅠㅠ"